에릭 홉스봅은 ‘전통의 탄생’이라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전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여 학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우리가 ‘전통’이라고 믿는 것들이 사실은 근대 이후 국가의식이나 민족주의를 고취하기 위해 만든 허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예로서, 영국을 포함한 서유럽의 많은 정치적 ∙ 문화적 전통들이 기껏해야 100년-200년 전에 세상에 처음 등장했으며, 특히 1차 세계대전 전의 30-40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창작되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궁금증은 다음과 같다.
왜 그 시기에 국가로 하여금 전통이 창조되었나 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홉스봅은 당대 정치와 사회에 걸친 거대한 변화와 연결해 설명한다.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이 발생하면서, 왕정시대에서 근대사회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이 때, 국가는 국민을 통합하고 통치하기 위한 새로운 전통이 필요했던 것이다. 즉, 시대의 요구에 맞는 전통을 창조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안정을 도모하는 전략을 고안했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대중 민주주의의 발전은 새로운 전통 발명에 직접적인 유인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의 사례
특히 군주제가 유지된 영국에서는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과거의 신민이 국가의 주체로 등장하자 군주는 이들의 복종과 협력을 얻어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 때부터 시작된 것이 근엄하고 화려한 왕궁의 기념행사이다. 그 전까지는 예행연습도 하지 않고 절차에 대해서도 중요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숙한 의례로 포장하여 왕궁의 권위를 연출함으로써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반역세력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천년의 전통으로 알고 있는 영국 왕실 기념식은 불과 150년도 되지 않은 전통인 셈이다.
스코틀랜드 사례
홉스봅은 또 하나의 예시로서 스코틀랜드 전통의상 킬트의 역사를 설명한다. 흔히들 스코틀랜드의 기나긴 역사와 문화를 설명할 때 남성용 짧은 치마인 킬트를 꼽는다. 하지만 이 역사도 최대한 잡아도 300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역사이다. 게다가 이 치마를 만든 사람은 스코틀랜드인이 아닌 잉글랜드 출신의 토머스 로린슨 인데, 그는 목재회사를 운영하면서 스코틀랜드인들을 인부로 고용했다. 그는 자신의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편한 옷을 입히길 원했다. 그것이 바로 남성의 치마, ‘킬트’의 기원이며 따라서 근대적 사고의 산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낭만주의 바람이 불면서 방직자들의 농간으로 스코틀랜드의 민족의상이 되고 만다.
이처럼 홉스봅은 전통이야 말로 근대의 발명품이라는 역설을 확인케 해주는 동시에, 전통 안에 내장된 지배층의 허구적 논리를 폭로했던 것이다.
'이슈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대통령 선거방식 선거제도 전격해부! (0) | 2020.11.15 |
---|---|
알라이다 아스만, '기억의 공간'에 대한 분석 (0) | 2020.11.14 |
한나아렌트의 혁명론?? (개념/미국혁명 프랑스혁명 비교/악의 평범성) (0) | 2020.11.14 |
에리히 프롬 - 자유로부터의 도피(요약,줄거리,분석) (0) | 2020.11.12 |
자유주의 이념s 분석! (이상주의, 통합이론, 상호의존이론, 신자유주의 제도) (0) | 2020.11.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