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으로 한나 아렌트는 폭력을 수반하는 혁명과정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 이유는 탄압과 실정에서 폭력을 순수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집단들에게 유일한 선택지가 될 것임과 동시에 역사 속에서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의 단초로써 혁명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혁명이 변화의 시작이고, 그 시작에 폭력이 있다는 관점에서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통치행위에 일어나는 폭력은 시민저항에서 행사되는 폭력과는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나 아렌트는 국가의 통치모습에서 피지배자들의 동의를 얻어 집단적 목표를 향해 통치하는 행위를 ‘권력(power)’으로 규정했으며, 이와 달리 집단적 목표 실현을 위해 임의로 자원을 조작하고 시민의 의지를 강제적으로 수단화 하는 행위는 ‘폭력(violence)’이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기준 아래, 국가의 통치자가 더 이상 권력을 가지지 못하고 오로지 폭력으로 시민들을 통치한다면, 폭력으로서 권력의 존재를 되찾기 위해 사용하는 저항권의 행사가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단순하게 해석한다면, 폭력에 대해 이중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정치적 함의를 다르게 분석한다면 그녀가 가진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즉, 통치행위에서 시민에게 자행되는 폭력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지만, 아렌트가 일컫는 ‘권력’과 잃어버린 기본권 수호를 위한 시민저항의 과정에서 폭력은 일정부분 정당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피지배자 입장에서 인간적 위상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는 최후의 수단은 폭력적일 수 밖에 없다는 불가피성을 인정한 것이므로 이 대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그녀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그녀는 무엇이 바람직한 혁명이라고 보았으며, 롤모델로 설정한 혁명은 무엇인가.
그녀는 자신의 논문에서 프랑스혁명과 미국혁명을 비교하며, 프랑스혁명은 실패한 혁명이고 미국혁명은 성공한 혁명으로 대표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렌트에 의하면 진정한 혁명은 단순히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자유'를 이뤄내야 한다고 보았는데, 여기서 자유는 방임형 자유(liberty)가 아니라 정치적 자유(freedom)를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혁명은 공화주의적 자유를 확립하고 결과적으로 독립선언문을 통해 평등을 누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은 두 가지에서 좋은 혁명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한다. 물론 프랑스혁명 또한 수탈과 사치를 일삼는 왕정과 구체제의 붕괴를 목표로 시작되었지만, 모든 프랑스 시민들이 공화주의적 자유를 누릴 수 없었다. 현실적으로 재산에 의한 제한선거제 원칙에 따라 참정권이 부여되었으며,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둘째로, 혁명의 결과가 최악의 정권을 탄생시켰다는 데에서 스스로 실패를 입증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사실 프랑스 혁명은 전개의 과정에서 처음 목표와 의미가 퇴색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이유는 당시 프랑스 시민들 간의 빈부격차가 상당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는데, 혁명이 어느정도 진행되는 시점에서 빈자의 개입이 극심해지게 된다. 결국 혁명이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을 요구하는 성격이 강하게 부각되면서 소수지배 계급과 절대 다수의 빈곤계급으로 편이 나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임자라고 등장한 로베스비에르에게서 전제정치가 시작되는 결과를 맞이한다. 그러므로 공동체 안에서 자유로운 대화와 타협 그리고 토론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 아렌트로서는 프랑스혁명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조건들이 완벽하게 충족된 셈이다.
따라서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가 개입되는 것을 경계하고 오로지 공화주의적 자유를 확립하기 위해서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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