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주제는 최근까지도 독일의 학계 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질문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독일 태생 유대인이자, 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정치철학 교수였던 한나 아렌트(Hanna Arendt)가 하나의 저서를 발표하면서 시작된다. 1906년 독일 하노버에서 태어난 그녀는 당시 나치의 폭압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였고 전체주의를 통렬히 비판하였다. 또한 나치즘과 파시즘이 사회적 악으로서, 폭력의 속성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주장했다. 이렇게 그의 초창기 연구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논의되었고, 유대인 출신으로서 그녀와 같은 유대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논란은 1961년 ‘아이히만 전범재판’ 이후 거세게 전개되었다. 그 이유는 아이히만의 최종발언을 들은 그녀가, 악이 결코 특별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으며 우리와 같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그(아이히만)와 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를 ‘악의 평범성’이라고 정의했는데, 이를 두고서 대다수의 유대인들과 전 세계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그녀가 나치와 그 추종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그녀의 논리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당시 아이히만은 나치즘 전범재판에서 조금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거나 뉘우치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나치 지도부의 지시를 받아 수많은 유대인들을 폴란드의 수용소로 이주시키고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이하도록 명령을 이행하는 등 그의 죄가 심히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당하게 재판장에서 자신을 변호하며 발언을 이어갔다.
“나는 상부의 명령을 받았고, 군인이자 관료로서 그 명령을 이행한 것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덤덤한 말투와 표정에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으로서 분노에 찬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내재된 본성이 무엇인지 고찰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결론은 ‘악이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그리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바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했을 뿐이다", "나치즘의 광기로든 뭐든 우리에게 악을 행하도록 계기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멈추게 할 방법은 생각하는 것 뿐이다"고 적었다. 즉, ‘생각하지 않는 죄’. 그녀는 단지 그 정도의 죄목만을 그에게 던져버 린다.
<다운폴>도 이러한 철학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최상부에서 나치즘을 진두지휘했던 히틀러, 힘러, 괴벨스는 두말할 필요 없이 악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히틀러의 비서들과 나치당 지휘부의 명령을 받들어 집행했던 관리자들(슈페어, 바이틀링, 몬케, 귄셰, 귄터 솅크)도 그들과 똑같이 악하냐는 질문이다.
어쩌면, 그들이 유대인의 죽음에 더 깊이 관여하고, 실무적인 악행들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집행했을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면 그들의 죄도 지휘부와 비하여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물론, ‘결과주의’로 판단하는 사법시스템에 의해서 그들 모두, 최소 10년에서 20년의 무거운 형을 살게 된다. 하지만 아렌트는 그러한 사법적 평가와 달리 인간의 속성을 깊이 고찰하면서, 윤리적 잣대로 그들의 행위를 해석했기에 새로운 함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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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은 우리들의 행태이다.
나와 당신은 사회에서 얼마나 정의롭게 행동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나 역시 ‘그렇다’고 쉽게 대답할 수 없다.
당신은 세상의 잣대 속에서, 오직 윤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대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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